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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분돈" 정진형 교수

등록2020-06-11 조회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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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돈(奔豚)"에 대해 알아보자


"선생님, 신경을 쓰고 난 이후로 소화가 잘 되지 않아요."

불안이나 우울이라는 감정을 오래 묵혀왔던 분들을 만나 상담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런 소화기계의 증상들은 검사를 통해 쉽게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과민성 대장 증후군', '기능성 소화불량'이라는 이름표가 붙여지게 되고, 안정제를 통해서 증상 조절을 받기도 한다.


이런 스트레스에 대한 배의 반응들 중에서 조금은 독특한 형태가 있다. 바로 '치 받혀 올라오는' 느낌인데, 이는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다른 고화기계 증상과는 달리 마치 공황발작처럼 급작스럽게 발생하면서도 혼을 쏙 빼 놓을 정도의 큰 고통을 유발하기에, 환자분들이 이를 자각할 때는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으며, 심한 경우 전실신의 상태가 되어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마치 돼지가 배를 치받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분돈(奔豚)이라는 증상 혹은 증후로 표현한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장(腸)의 경련 때문에 발작적으로 아랫배가 쥐어 뜯는 듯이 아프다가 심하면 위로 치미는 병이라고 하나, <금궤요략>이라는 고전 한의서에서 '심병이 있어 신의 수기를 침범하게 되면 분돈이 생긴다', '놀람으로 상심하여 얻은 병이다' 등의 서술을 통해서 분돈은 복부의 병변이 전신으로 파급되어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임상표현이 아닌, 심리적인 자극에 의해 복부가 고통스럽게 반응하는 것 임을 알 수 있다.


임상현장에서 분돈은 우울장애나 불안장애를 오랜 기간 앓고 있는 분들 중 만성적인 소화장애로 오랫동안 식욕이 떨어진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큰 스트레스에 노출이 되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며, 대개 복부 표면의 상태를 확인하는 복진을 하게 될 때 그만의 특징적인 복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몸 상태에 맞추어 조제된 한약이나 침 치료를 통해 증상을 근본적으로 조절한다. 하지만 치료과정에서 증상이 다시 발작하고 진정되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칠 수 도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의 치료적인 신뢰를 쌓고 인내심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며, 증상의 재발작에 대한 염려가 되는 경우에는 단기 입원하여 회복하는 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