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동서암센터 / 내과센터 / 여성의학센터 조영민 교수
음식을 삼킬 때 가슴이 답답하거나, 식사 후 잦은 역류와 구토를 경험한다면 ‘Achalasia(식도이완불능증)’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Achalasia’는 식도 하부에 위치한 괄약근(LES, Lower Esophageal Sphincter)이 제대로 이완되지 않고 식도 근육의 운동 저하로 음식물이 위로 내려가지 못하는 희귀 질환이다. 종양으로 인해 연하 곤란이 오는 식도암과는 차이가 있다.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률이 증가하나, 명확한 원인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핵심 병리 기전은 근육을 이완시키는 식도벽의 장근신경총(myenteric nerve)에 자가면역으로 인한 손상이다. 이는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식도의 연동운동이 저하되어 음식이 정체되기 쉬워진다.
Achalasia의 주요 증상으로는 △삼킴 곤란(액체보다는 고형물) △가슴 통증 또는 답답함 △야간 역류 △체중 감소 등이 있다. 역류성식도염이나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오인되어 조기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식도내압검사(esophageal manometry)가 필수적이며, 초기 상부위장관 내시경검사와 바륨 삼킴조영술(barium esophagogram)을 병행하기도 한다.
치료 방법은 증상의 정도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약물 요법보다는 증상 경감을 위한 보톡스 주사가 사용된다. 상태가 진행된 경우 내시경을 이용한 괄약근 절개술(peroral endoscopic myotomy)이나 외과적 수술, 풍선 확장술 등이 고려된다.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라고는 하나,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다면 일상생활에 큰 제약 없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증상이 명확한 만큼 환자 스스로의 관심과 조기 대응이 중요하며 원인 모를 삼킴 곤란이나 체중 감소가 지속될 경우 빠르게 전문가의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볼까? 식도이완불능증은 한의학에서는 흉비(식도의 염증, 협착, 마비, 경련, 종양) 범주에 속한다. 현대의학에서 Achalasia는 식도의 기능장애로 접근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음식, 스트레스, 담적(노폐물) 등으로 인한 위장관 기능 저하가 환자의 증상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고 본다.
치료는 개인의 체질과 병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식도의 이완성 병태를 개선하고 구토를 멈추는 처방과 침, 뜸, 약침 요법 등이 활용된다. 개별 약재로는 위장 운동을 촉진하고 항염증 효과가 있는 귤피(Aurantii Pericarpium), 지실(Poncirus trifoliata Rafinesque)이 함유된 처방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침 치료와 배수혈(背兪穴) 부위 약침 치료는 식도 근육의 신경 반응을 조절하고,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위장관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미주신경 조절 작용을 통해 증상 개선을 일으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Achalasia는 현대의학적 치료만으로는 완치가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에, 증상이 만성화되기 전이나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불편함이 지속된다면 적극적인 한방 치료를 병행할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