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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건강칼럼] 나 지금 떨고있니?

등록2025-06-30 조회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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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왜 이렇게 떨리지? 긴장이 많이 되네”
시험을 보기 전이나 발표 직전, 면접 등의 인터뷰를 앞두고 바로 우황청심원을 찾았던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필자도 수년 전 서울에서 생방송 <무엇이든 00보세요>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전날 긴장감으로 떨림과 불면을 겪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떨림(진전, tremor)은 불수의적으로 머리, 몸체, 팔다리 및 기타 몸의 일부를 떠는 이상운동증상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기에 이 원인을 판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다.
파킨슨병의 떨림이나 간질환의 떨림, 뇌전증에서의 떨림, 알콜이나 기타 약물에 의한 떨림, 소뇌경색이나 소뇌위축, 뇌종양 등 뇌의 병변에 의한 떨림, 구토, 설사 등에 의한 전해질 손상에 의한 떨림은 검사 과정에서 원인이 밝혀지지만, 보통은 원인을 확인할 수 없는 본태성 떨림에 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떨림증상으로 내원했던 60세 여자 환자분이 기억난다. 발병 당시 스트레스가 많았고, 금방 회복될 것이라 믿었지만 약물치료, 마그네슘 복용을 했음에도 6개월 이상 증상의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교수님, 저 수술해야 하나요? 한방으로 치료할 수 없을까요?”

갑작스런 떨림 증상 앞에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떨림의 치료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질병에 의한 떨림이라면 그 질병을 치료하는 여러 가지 약물을 사용함이 원칙이다. 하지만 본태성 떨림인 경우에는 생활요법이 우선시 되고 있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영양섭취는 기본이다.
과로를 피하고, 긴장을 풀기 위해 심리적 안정이나 쉼호흡 등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늦은 시간 커피나 술 등을 금하는 것도 좋은 치료법이다.
만약 이러한 생활요법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보통 양방에서는 항경련제나 베타차단제 등을 사용하거나 신경안정제를 사용하게 된다. 사실 이러한 치료는 치료의 개념보다는 증상의 경감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유념할 것은 이러한 약물 복용 이후 어지럼이나 마른 기침, 졸림 증상이 새로 발생한다면 약물 중단을 고민해봐야 한다.
극히 일부의 경우 본태성 떨림이 점점 심해지거나 원인규명이 어려울 경우 뇌심부자극술 같은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의 떨림 치료법은 어떠할까?
한의학에서는 먼저 간단히 침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침치료만으로 해결이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합곡(合谷)이나 태충(太衝), 즉 사관(四關)을 취혈하여 기의 울체를 풀거나 족삼리(足三里)나 공손(公孫)혈로 기의 상승을 끌어내려 진전을 멈추게 하거나, 그리고 떨림이 발생한 부분을 자극하는 아시혈 요법으로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이 떨림 부분에 약침을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혹시 증상이 오래 됬을 경우나 빠른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라면 기본적으로 사람의 음양허실(陰陽虛實)을 구분하여 약물처방을 하게 된다.
간신(肝腎)의 기능부족과 기혈의 부족으로 장부가 근육을 조절하는 기능이 부족하거나 내부가 허하여 발생하는 증상인 경우, 대보음환, 육미지황탕, 대정풍주, 십전대보탕을 사용한다. 또한 간기울결(肝氣鬱結), 즉 스트레스가 쌓여서 발생하는 간양상항(肝陽上亢), 담열동풍(痰熱動風)의 경우 몸의 화기와 열기를 줄이기 위해 천마구등음, 진간식풍탕, 조등산, 억간산, 도담탕을 사용하면 좋은 치료 효과를 보게된다.

2,500년전 기록된 한의학의 경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 소문(素問) 영란비전론(靈蘭秘典論)과 지진요대론(至眞要大論)의 내용을 보자.
“肝者 將軍之官 謀慮出焉(간자 장군지관 모려출언)”
“諸風掉眩 皆屬於肝(제풍도현 개속어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해석해보면, 간이라는 장부는 생각, 판단을 주관하는 일을 감당하기에 떨리는 증상의 경우 간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옛날에도 떨림의 원인이 근심과 걱정 등 생각이 많아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을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삶의 뻑뻑함, 삶의 모습은 동일하다 생각이 들어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