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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건강칼럼] 체한 것 같아요(식체 그리고 소화불량)

등록2025-10-12 조회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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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병원장

추석 명절을 잘 지내셨는지요?
근래 드물게 길었던 추석연휴는 고향을 찾는 것 외에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국내외 여행을 떠난 인파들도 많았던 명절로 기억될듯 싶다.
반면 이러한 긴 연휴 기간 동안 과식이나 스트레스, 운동 부족의 여파로 명절을 망친 분들은 혹시 안 계실지, 이런 단골 멘트를 혹시 써 보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아, 또 체한 것 같아요./ 체기가 있어요./ 체증이 생겼어요.”

체(滯)했다는 뜻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로 멈춰있다는 의미이다. 움직임이 둔해졌다 뜻이다.
체했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풀어보면 바로 소화불량(dyspepsia)이다. 즉 위의 운동성이 떨어져 음식물의 소화가 지연되거나, 위산 분비가 과하거나, 스트레스나 과식으로 인한 위 점막 자극으로 인해 음식이 위 속에서 정체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경우 환자들은 소화가 안된다거나, 명치 끝이 답답하고 꽉 막힌 것 같다거나,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있다고 하고, 트림을 해도 시원하지 않거나 신물이 자주 넘어오고 속이 메슥거린다는 표현도 하게 된다. 심하면 배가 아프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속도로 정체 같은 현상이 우리의 위나 소장, 대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괴롭고 짜증날지?
이럴 때 우리는 tv광고에서 너무나 자주 보았고 익숙한, 일명 소화제라 일컫는 까스0명수, 베스타0, 베나치0, 판크레온 에0 등 위장운동촉진제나 위산억제제, 위벽보호제 등을 찾게 된다. 예전 어른들은 매실즙을 먹거나 손가락을 따주고, 사관에 침을 놓거나 복부를 맛사지 했던 지혜를 발휘했었다.

그럼 체했다는 의미의 소화불량이 발생할 때 검사에는 모두 나타날까?
그렇지 않다.
“내시경을 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네요./ 나는 음식먹기가 두렵고 괴로운데 검사에는 아무런 이유를 못 찾는다네요.”
필자가 병원에서 너무나 자주 듣게되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표현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기능성 소화불량이다.
식후 불편감이 주가 되는 식후곤란증후군과 식후 상복부 통증이 유발되는 상복부통증증후군을 포함한다. 믿고 싶지 않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10%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지 상상이 된다.
이 질환은 기능성 위장장애, 신경성 위장장애, 신경성 위염, 기능성 위염 등 이름도 다양하다. 그만큼 다양한 특성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기질적이고 구조적인 이상은 없는데
기능에만 이상이 있다는 의미이자, 신경을 많이 쓰거나 예민한 사람들에게 흔하기에 쓰는 용어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던가?
합격 소식, 취직 소식, 돈번 소식, 아파트 당첨 소식, 결혼 소식 등 좋은 일들이 도리어 나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로 작용된다면 교감신경이 흥분되고 위, 장의 운동성을 떨어뜨리게 되는 현상을 경험할 수도 있게 된다. 결국 위장장애가 오래되면 정신적인 불편함도 오게 된다는 악순환의 고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思慮過多則傷脾(사려과다즉상비 : 생각이나 근심 걱정이 많고, 오래되면 비위의 소화기에 장애가 발생한다.)” “食積停滯則 氣亂而不行(식적정체즉 기란이불행 : 소화불량이 오래되면 기의 흐름이 문란해지고 제대로 통하지 못해 여러 가지 증상이 발생한다.)”

“10년 묵은 체증이 싹 가시는 것 같네.”
얼마나 오랫동안 소화불량이 있었으면 이런 표현을 썼을까?

한방에서는 소화불량이나 식체, 체증을 치료하는 한약제에는 기 소통에 뛰어난 방향성 약재인 향부자, 목향, 진피, 공사인, 지실, 지각, 곽향 등을 많이 사용하고, 앞에 설명한 사관(합곡과 태충), 족삼리, 십이정혈, 공손 등을 취혈해서 침치료에 활용한다. 결국 기혈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확신했던 조상들의 혜안을 지금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도 사용하고 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아무튼 음식이나 운동부족만이 아니다. 정신적인 긴장 및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면 여러 가지 감정적인 부담들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활성화시키고, 비위를 긴장시키며, 소화와 배변활동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표현처럼 행복하고 풍성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여러분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