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병원장
겨울철 진료현장의 풍경 하나를 소개한다.
치료실에서 침을 놓으려고 바지를 살짝 걷어 올려보면 흰색 인설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자주 보게된다.
“할머니, 우리 몸은 물로 돼 있어요. 물을 많이 드셔야 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부끄러워 말을 못했는데, 물을 많이 먹으면 소변을 너무 자주봐요. 그렇잖아도 나이먹어서 오줌소태가 심하단말이예요.”
오줌소태? 어원은 명확히 알지 못하지만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을 의미하는 순 우리말이다. 일반적으로 서양의학에서 이야기하는 방광염이나 기타 비뇨기계 감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방광염은 무엇인가? 방광의 감기라고 부르면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싶다. 대부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피로시에, 그리고 신혼여행이나 부적절한 성관계 이후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결혼한 중년 부인에게 다발하는 것이 특징으로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되는 흔한 질병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할 것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4년 방광염 환자수가 169만명이었고, 그중 여성이 98%였다고하니 얼마나 많은 여성이 고통스러워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방광염 환자는 보통 소변을 자주보고(빈뇨 : 하루 8회 이상), 갑자기 소변이 마렵고(절박뇨), 화장실에 가도 시원스럽게 나오지 않고 음부 통증이나 작열감을 느끼고(배뇨불쾌감), 심한 경우에는 열이 나기도 하며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신체적인 불쾌감, 더 나아가 외출에 대한 불안감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초래하고, 심하면 불안증, 우울증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질환이 왜 남자보다 여자에게 많이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요도의 길이가 짧고 요도가 질과 항문에 근접되어 질의 분비물이나 대변에 오염되기 쉬우며, 월경 임신 성생활 등에 의해 남성보다 세균감염의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방광염의 원인균은 대부분이 대장균이다. 자기 자신의 항문 주위에서 묻은 대장균이 요도입구를 통해서 들어와서 병을 일으키거나 질염 등의 감염, 혹 신혼 초에는 밀월성 방광염이라는 성교로 인한 지나친 요도 압박으로 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정신적인 갈등이나 과로 등 피로가 지나쳐도 발생하기도 한다.
방광염은 대부분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염증과 대장균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치료는?
급성 방광염은 항생제 치료가 기본이다.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감기와 마찬가지로 반복적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성가시게 한다. 만성 방광염은 저용량 항생제를 장기간 사용하거나 방광 면역 증강제를 활용한다. 만약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거나 재발하는 경우 추가 검사가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생활습관으로는 성관계 후 소변을 봐 방광을 비우는 것,
질 세척을 과도하게 하지 말고, 배변 후 앞에서 뒤로 닦아 세균 감염을 예방하는 것, 소변을 참지 말고, 충분한 수분 섭취로 세균을 배출하는 것임을 명심해야한다.
수백년 전 완성된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오줌소태를 ‘림병(淋病)’ 이라는 질병으로 소개하고 있다. 림병은 열림(熱淋), 혈림(血淋), 노림(勞淋), 기림(氣淋), 석림(石淋) 등 오림(五淋)으로 구분하며, 무엇보다 림병의 대부분은 방광에 열로 인한 것이라 설명하며 방광의 염증반응, 즉 방광염을 명확히 진단했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오림산(五淋散), 통초탕(通草湯), 이신산(二神散), 감초, 도꼬마리(비해), 우슬, 질경이(차전초), 택사, 댑싸리(지부자), 으름덩쿨(목통), 환삼덩쿨(율초), 패랭이꽃(구맥), 속썩은풀( 황금), 골풀(등심), 옥수수수염(옥미수), 마디풀(편축), 복령, 저령 등으로 열을 내리고 염증을 제거하며 소변을 제대로 통하게 하는 방법(淸熱消炎利小便 : 청열소염이소변)은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한의사에게도 여전히 좋은 치료법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여기에서도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물을 적당히 드셔줘야 오줌소태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거예요.”
할머니가 말을 잘 알아들으셨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