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도자료

[건강칼럼] 나 떨고 있니?

등록2025-05-28 조회104

본문

김윤식'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교수

“다리 떨지마라. 복 달아난다.”
자녀들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써봤을 말이 아닐까 싶다.
아니, 독자들이 자라면서 부모님께 많이 듣고 혼이 났을 법한 추억거리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떨림 증상으로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선생님, 저 손을 떠는데 혹시 중풍 증상 아닌가요?”
“선생님, 주변에서 파킨슨 검사를 해보래요.”
“선생님, 내 머리 흔드는 증상은 아버지도 가지고 계신데, 이것은 선천성이죠? 술 때문인가요? 간에 酒毒(주독 : 술의 독성)이 쌓인 것이 맞죠?”
“선생님, 눈 밑에 파르르 떨리는데 이것은 마그네슘 영양제 먹어야하나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가 이처럼 다양할 수가 없다.
눈 밑에, 눈 가에, 손 끝에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 신호 혹은 머리, 전신에 나타나는 확연한 떨림 신호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떨림(tremor)은 한자 표현으로 진전(振顫)이라고 한다.
떨림은 어려서부터 혼이 났던 단순한 다리 떠는 행동에서부터 눈 주변 등이 살짝 움찔움찔거리는 경우,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손이 떨리거나, 글씨를 쓰려는데 손끝이 덜덜 떨리는 경우, 물을 마시려는데 손이 떨려 물을 흘리거나, 나도 모르게 머리가 흔들리는 증상 등 모든 떨림 현상을 포함한다.

떨림의 양상 속에는 많은 건강정보가 있기에 그냥 무시할 수가 없다.
떨림은 크게 생리적 떨림과 병리적 떨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생리적 떨림은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까지 지니고 있는 정상적인 떨림의 경우이다.
시험이나 발표 등 어떤 상황에 직면하여 심한 긴장이 되었을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
팔씨름이나 줄다리기를 한 다음날 손떨림을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헬스 등 갑작스런 근육운동이나 불면과 스트레스 이후에도 떨림은 자주 발생한다. 공복에도 떨림이 발생할 수 있다.
사실 눈밑이나 눈 주변의 떨림의 경우 마그네슘 부족을 거론하는 경우가 대다수 이지만 검사 결과는 거의 정상이다. 불면, 스트레스 때문인 경우가 허다하다.

병리적 떨림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게 된다.
첫째는 본태성 떨림(Essential Tremor)이다.
떨림은 손이나 머리, 심지어 목소리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특별한 원인이 없다.
아니다. 있을텐데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
보통은 가족력이 있기에 부모님의 질병력을 물어보면 금방 확인이 가능하다. 다행인 것은 질병의 상태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삶의 질이 떨어지거나 사회생활에서 주변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에 스트레스가 된다는 단점이 있다. 쳇머리 흔드는 현상도 중풍을 걱정할 단계가 아님을 지면을 통해 설명 드리는 바이다.
비밀 얘기 하나 하자면, 로컬의원, 한의원, 한방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경우가 대부분 생리적, 혹은 본태성 떨림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기에 치료 예후는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다.

둘째는 이차성 떨림(Secondary Tremor)이다.
말 그대로 어떠한 질병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파킨슨병(파킨슨증후군, 파킨슨증)이다.
파킨슨병은 신경계 퇴행성 질환의 하나이며, 초기 증상으로 떨림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특히 파킨슨병의 떨림은 주로 가만히 있을 때 나타나며(안정시떨림), 움직이면 사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환약을 빚는 듯한 동작을 보이는 떨림(pill rolling movement)을 보이기에 쉽게 구분이 된다.
또한 소뇌의 병변, 즉 경색이나 출혈, 종양, 동정맥기형 등에 의한 경우에는 술취한 것 같은 동작이나 언어 등을 동반하면서 떨림 증상이 있기에 파킨슨병의 안정시 떨림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
간 손상에 의한 떨림은 이미 병적인 수준을 넘어선 단계에 나타나고 정도도 심하다. 진전섬망, 날개치기 진전이란 표현을 쓰는 떨림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이 외에도 약물 부작용, 갑상선 기능 항진증, 저혈당, 심지어 카페인 과다 섭취 등도 떨림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다양한 원인 감별이 필요하다.

2,500년전 기록된 한의학의 경전인 黃帝內經(황제내경) 素問(소문) 至眞要大論編(지진요대론편)의 내용을 주의깊게 살펴보자.
“諸風掉眩 皆屬於肝(제풍도현 개속어간)” (모든 흔들림 증상, 떨림 증상, 어지럼 증상은 모두 간의 문제로 본다.)
“諸暴强直 皆屬於風(제폭강직 개속어풍)”(갑작스런 사지의 마비, 경직 증상은 중풍에 속한다.)
그 당시에도 떨림 증상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진단과 치료를 했을까 상상이 된다.

“나 지금 떨고 있니?”
드라마 모래시계의 유명대사이다.
주인공은 어떤 원인으로 떨림이 발생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