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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건강칼럼] 입이 돌아갔어요. 혹시 중풍 아닌가요?

등록2025-12-08 조회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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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병원장

어느 겨울 추운날, 늦은 밤의 일을 회상해본다. 다급하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굴까? 앞집 아기엄마다.
“교수님, 엄마가 입이 돌아갔다는데, 혹시 중풍 아닐까요? 걱정돼서요. 어떻게 해야하죠?”
필자는 먼저 편마비, 언어장애 여부를 물은 이후 차근차근 설명을 드렸고, 다음날 아침 병원에 방문할 것을 권고했다.
사실, 위와 같은 질문은 병원에서 수도 없이 듣는 질문의 하나다.
중풍, 즉 뇌졸중이 두렵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장기 요양하고 있는 분들의 대다수가 중풍환자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입이 돌아갔다는 것은 얼굴신경이 마비돼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보통은 이마의 주름을 형성하는 이마근육에도, 눈을 감는 눈주변의 근육에도 이상이 생기기에 본인이나 주변에서 바로 인지할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라고 부르며, 일반적으로 구안와사 혹은 와사풍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증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중추성이요, 하나는 말초성이다.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는 일명 중풍이라 불리는 뇌졸중이나 뇌종양, 뇌농양, 뇌염 등 뇌질환에서 발생하며,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뇌와 무관하며,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벨 마비, 대상포진의 일종인 램지 헌트 증후군, 측두골 골절, 중이염 합병증 등이 원인이다.
그래서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하면 뇌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만약 운동장애인 편마비나, 감각장애, 언어장애가 있다면 뇌의 병변이 거의 확실하다. 이런 경우 뇌 MRI, MRA검사가 필수적이다. 중추성 안면마비는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뇌염 등 영상을 통해 즉시 확인이 가능하기에 빠른 시간 안에 촬영하는 것이 권고된다.
얼마 전 좌측 안면이 둔하고 입술이 움직이지 않아 내원했던 60대 환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 중 반대편, 즉 우측의 팔다리에 감각장애가 동반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곧바로 MRI, MRA를 시행했고 숨골이라 부르는 뇌교의 뇌경색이 확인돼 입원치료를 진행하였다. 이 병원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뇌졸중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라는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안면신경마비는 위 환자와 달리 뇌에 기인하지 않는 경우가 월등히 많다는 사실이다. 보통은 입이 돌아가는 것 뿐만 아니라 이마주름도 잡히지 않고, 눈을 제대로 감을 수가 없어 눈물도 나거나 눈이 아프기도 한다. 특히 세수를 하려고 할 때 물이 눈에 들어가 많은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그리고 입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기에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한쪽으로 흐르게 돼 마치 치과에서 치료시 마취주사를 맞은 이후와 같은 현상을 호소하게 된다. 귀가 아프기도 한다. 이것은 바로 말초성 안면마비 중 가장 흔한 ‘벨마비(Bell palsy)’인 경우다. 이것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안면마비’의 하나이며, 처음 발견한 사람인 벨의 이름을 따서 벨마비라 명명한다.
그럼 안면신경마비의 치료는?
중추성과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병의 시작점이 완전히 다르기에 당연히 치료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추성의 경우엔 뇌졸중 치료에 집중하는 반면,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염증을 줄이고, 눈 보호를 통해 합병증을 막고, 안면근육의 위축을 막는 근육 마사지나 물리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하지만 양방치료의 여러 가지 한계와 한방치료의 강점으로 많은 환자분들이 한의학의 힘을 빌어 치료를 받는 것이 보편화 돼있다.
한의학에서는 대부분 침(지창(地倉), 협거(頰車) 등), 전기침, 뜸, 한약(청양탕(淸陽湯), 이기거풍산(理氣祛風散) 이기견정산(理氣牽正散) 등)을 통해 경락의 막힘을 풀고, 기혈 순환을 촉진해 신경 회복을 돕고, 근육운동을 강화하는 치료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경우 만성화가 돼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는 경우도 있으니 초기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급하게 현관 문을 두들겼던 앞집 아기 엄마의 모친은 어떻게 됐을까?
검사상 뇌경색이 동반된 벨마비였고, 치료를 통해 정상이 됐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