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병원장
진료를 하다보면 환자분들이 꺼내기 부끄러워하고 자그마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몇 가지 소재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대변에 관한 것이다. 누구에게는 변비가, 누구에게는 설사가 고민거리가 된다.
수년 전, 필자 또한 치료받았던 환자분이 고맙다고 주셨던 해산물로 인해 심한 복통과 설사를 경험했고, 얼마나 극심했던지 어지럼으로 화장실 앞에서 넘어졌던 웃픈 추억이 존재한다.
설사(泄瀉)란 무엇인가?
의학적으로 비정상적인 묽은 변이 배출된다는 의미이고, 배변 횟수가 하루 3, 4회 이상이거나 하루 200~250g 이상의 묽은 변을 보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환자들의 표현을 잠시 빌어보자.
‘배탈이 난 것 같아요.’
‘하루에 수도 없이 설사를 합니다.’
‘먹기만 하면 설사를 합니다.’
‘대장 내시경 검사 때 장정결제 먹은 후처럼 설사해요.’
그렇다. 검사 준비를 위해 익히 10여 회 이상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던 기억, 그 불편함과 고통으로 밤잠을 설친 적도 있기에 필자는 가능한 점심시간 즈음 대장내시경 예약을 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사실.
설사는 보통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한다. 보통 발생 2~3주를 전후해서 이하는 급성, 이상이면 만성설사라고 표현한다. 또 3개월 이상 기질적 문제 없이 발생하는 설사를 기능성 설사라고 칭하고, 과민성대장증후군 설사형이 이에 해당한다.
설사는 변의 문제 뿐 아니라 복통이나 발열, 구토, 경련, 탈수 등이 동반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 어른들이 ‘토사곽란’이라고 했던가?
설사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기생충, 상하거나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 약물, 항암치료 후 발생하기도 한다. 그 중 음식에 의한 경우가 으뜸이다. 너무 맵고 짠 음식, 기름진 음식, 날 음식, 약간 상한 음식을 먹은 경우에도 설사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여름철엔 해산물 등 음식물 속에서 그 유명한 노로바이러스가 등장하기 때문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한다. 체질적으로 우유 등 유제품에 취약한 사람도 있고,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 베체트병 등의 기질적인 문제가 있다면 설사는 더 심각한 불편함이 될 수 있다.
설사의 진단은 환자의 병력청취가 기본이다. 이후 분변검사, 대장내시경, 기타 혈액검사나 영상의학적 검사 등을 시행하게 된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 같이 만성설사의 경우에는 기질적 문제인지, 기능적 문제인지 더 자세히 살펴봐야한다.
설사의 치료는 원인치료가 우선이다. 부수적으로 동반되는 증상의 감소와 해소를 위해 수분 및 전해질 이상을 교정하고 기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진행되게 된다. 보통 급성으로 발생한 설사의 경우, 수액(링거) 처치를 하고 필요시 지사제나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설사 예방의 첫걸음은 역시 음식조심이다. 먼저 위생적으로 조리해야 하고, 익혀 먹기를 습관화하자. 손씻기 등 개인위생도 철저히 하자.
허준이 저술한 <동의보감>에는 설사에 대해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당시에도 설사는 자주 발생하는 증상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다른 증상보다 구분이 다양하고 섬세하다. 먼저 몸의 체질이나 체력의 상태에 따라 위설, 비설, 대장설, 소장설, 대하설, 허설, 손설, 신설 등으로 구분했고, 계절적으로 외부의 온도나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풍설, 습설, 한설, 서설, 화설 등이 있으며, 주설, 식적설, 폭설 등 술이나 음식, 폭식이 원인이 되는 설사 등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치료에 있어 눈여겨 볼 것은 평소 몸이 냉하여 설사가 잦은 경우 이중탕(理中湯)이나 치중탕(治中湯)으로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줘야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또 새벽마다 설사를 하는 경우에는 오경설(五更泄)이라 칭하며 신장이 극도로 허하고 몸이 냉한 환자나 노약자의 경우에는 오미자산(五味子散) 등으로 장을 따뜻하게 하고, 변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과 음주 후 발생하는 설사에 대한 기록이 한 파트로 존재함을 보며 예나 지금이나 술이 문제가 많음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아들아, 밤에는 배를 꼭 덮고 자야한다.”
어머님도 동의보감을 보셨나? 어릴적 배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오늘도 귓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