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병원장
십수년 전 방영된 재미있는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이 떠오른다.
성균관의 젊은 유생들의 일상을 그렸던 사극이었고, 송중기와 박유천, 유아인, 그리고 필자와 이름이 동일한 남장여자 김윤식을 연기한 박민영의 얼굴을 그려보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복장 불량, 태도 불량, 언행 불량의 반항아 캐릭터인 유아인 유생이 보였던 증상이다. 남장 여자 유생인 박민영을 대하며 이상하리만큼 자주 발생했던 현상이 있었으니 그 정체는 바로 딸꾹질이다. 여자임을 몰랐던 유아인이 보였던 반응은...
“난 여자 앞에서만 딸꾹질하는데, 이상하다.”
딸꾹질은 무엇인가?
딸꾹질은 횡격막이 갑작스럽게 수축하면서 성문이 닫히는 순간 “딸꾹” 소리가 나는 현상이다.
의학적으로는 ‘횡격막 경련(hiccup)’이라 부른다. 이름이 갑자기 점잖아졌지만 진료실에서, 회의실에서, 강의실에서, 식당에서 발생하는 ‘딸깍’ 혹은 ‘딸꾹’ 거리는 소리에 이목이 집중되고 민망함을 느꼈던 경험이 한 두번은 있었을 것이다. 멈출 수도 없고, 참을 수가 없다.
흔히는 급하게 식사를 하거나, 탄산음료를 마셨을 때, 혹은 웃음이나 긴장 같은 감정 변화 속에서도 쉽게 발생한다.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도 자주 발생한다. 필자도 예상치 못한 청양고추의 매움에 딸꾹질이 발생하여 당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아이들의 경우, 우유가 적정온도보다 차가울 경우 곧바로 이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증상은 대부분 몇 분 내로 자연스럽게 사라지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48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단순한 생리 현상을 넘어 중추신경계 질환, 위식도 역류, 간 질환, 심지어는 약물 부작용까지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뇌 등의 신경계와 횡격막을 잇는 반사 경로에 문제가 생긴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뇌의 질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딸꾹질이 발생하면 물 마시기나 숨 참기, 목젖 자극하기, 혀 잡아당기기나 설탕물 먹기, 깜짝 놀라게 하거나 복부에 따뜻한 핫팩을 대는 방법을 쓰면 대부분 바로 개선이 된다. 만약 비약물적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원인에 따란 항구토제, 위산억제제, 항경련제, 진정제 등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딸꾹질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이 증상을 거꾸로 거스린다는 의미의 ‘역(逆)’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위기(胃氣, 위의 기운)가 정상적으로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위로 치밀어 오르는 현상으로 기역(氣逆) 반응이고, 애역(呃逆), 얼역(噦逆) 혹은 해역(咳逆)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수백년 전의 기록에 이미 음식물로 인한 것, 비위가 냉하고 허해서 생긴 것, 위가 상해서 생긴 것, 담이 막아서 생긴 것, 수기가 뭉쳐서 생긴 것, 웃음과 울음 등 과한 감정의 변화로 생긴 것 등 다양한 원인에 따라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2500년 전 기록된 <황제내경>을 인용하며 ‘병이 깊은 사람이 딸꾹질을 오래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 백성들이 오래된 딸꾹질을 해결하기 위해 인삼, 반하(끼무릇), 생강, 노근(갈대 뿌리), 죽여(대나무 줄기 속), 귤피(귤껍질) 등을 사용해 막힌 담과 수기를 풀어주고, 기를 소통시키며, 족삼리, 공손 등 혈자리를 이용해 기를 아래로 내려주기를 권고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기의 흐름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얼마 전 70대 남성이 병원에 내원했다. 낙상으로 뇌출혈(경막외 출혈)이 발생했고, 수술 후 수두증이 합병됐다. 벌써 1년이란 시간이 경과 했고, 외래를 내원한 첫날부터 그분의 딸꾹질은 멈추지 않았다.
“교수님, 딸꾹질을 멈추게 해주세요.”
몇 차례의 외래 치료 후 지속 됐던 딸꾹질이 멈춰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건만, 며칠이 지나 증상이 다시 발생했다. 너무나 간단하지만, 너무나 어려운 증상임에 틀림없다. 담당 교수로서 마음이 꽤 아프다.
“욕이미침 통기경맥(欲以微針 通其經脈), 영기역순출입지회(營其逆順出入之會) : 침으로 경맥을 잘 통하게 하고, 기가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조화롭게 만들어 줘야한다.”
오늘도 선조들의 지혜가 내게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