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병원장
“시험 기간만 되면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옵니다. 변을 보고 나면 조금 편해지기는 합니다.”
“여행을 다녀보면 음식이 바뀌고, 환경이 변해서 그런지 배도 아프고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게 됩니다.”
“신경을 쓰고 조금만 긴장을 하면 배에서 소리가 나고 가스가 많이 찹니다.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려요.”
본인의 증상이 아닌가 의심하는 환자 분들이 계실 듯하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과민성대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이다.
이 질환은 지질적 이상 없이 장의 과민한 움직임으로 인해 복통, 복부 불쾌감, 배변 형태의 변화가 발생하는 만성 기능성 장질환을 의미한다.
이 질환을 진단 받은 환자분들이 호소하는 가장 불편한 증상의 하나는 갑작스런 복통이다. 배가 고픈 것인지, 아픈 것인지, 속이 쓰린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고, 가스가 차거나 꾸룩꾸룩 배에서 소리(장명음이라 표현함)가 나는 등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복부 불편감이 있으며, 무엇보다 설사 혹은 변비를 자주 겪게된다.
양상에 따라 설사형, 변비형, 복합형으로 나누는 이유도 배변 형태의 변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증상이 불편하고 급변하여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 통계상으로 인구의 10% 가량이 이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청장년층에 많으며, 남성보다 여성들이 두배 이상이다. 그런데 배변 관련 질환은 병원에 내원하기 부끄럽기도 하고, 병원을 찾기가 꺼려지는 것이기에 그 중 약 150만명 정도만 의료기관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검사에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엑스선(X-RAY)검사,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영상의학 검사, 대장내시경 검사, 기타 혈액검사에는 기질적인 이상을 발견할 수 없다.
환자 입장에서 상당히 곤란해 한다. ‘아무런 이상도 없는데 나는 왜 불편하지?’라고 말이다.
이 질환의 원인은 무엇일까? 현재까지 장운동 이상, 내장 과민성, 심리적 요인, 장내 세균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위와 장은 운동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소화가 안되고 입맛이 떨어지며, 더부룩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스트레스가 작용하면 장의 운동성이 반대로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불안, 우울 등 심리적 증상을 가진 분들이 이 질환이 많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보통 때는 상관없지만 어떤 음식물에 장에 들어가면 급격한 장의 운동성이 확대되는 경향도 심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포드맵(FODMAP)이라고 지칭하는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서 발효되기 쉬운 특정 탄수화물 식품이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영향을 끼치기에 식단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어떤 환자분들은 대장 검사를 해보면 장이 극도로 과민해져 약한 자극에도 심한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만큼 장이 약해져 있다는 증거다.
최근에는 유전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취약한 환경으로 인해 장내 세균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장점막 투과도에 이상이 발생하여 증상이 발생한다는 의견도 있으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마땅한 원인을 찾을 수가 없기에 치료 또한 마땅한 정답이 없다. 대증요법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어떤 음식을 먹으면 힘들다.’ 혹은 ‘어떤 상황이 되면 힘들다’라는 경험치가 중요하기에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와 식이요법이 필수적이다.
한의학으로 바라보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어떠할까?
허준의 동의보감 내상(內傷)편, 담음(痰飮)편을 종합해 보면 복통, 설사, 변비, 트림, 신물넘오옴, 조잡증(嘈雜症 - 배고픈 듯 하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으며,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안아픈 것 같은 증상)의 경우 비위, 대장의 기질적인 약함도 문제이지만, 화기(火氣)가 울체되거나 담(痰)이 쌓여 발생하는 것에 주목했다. 또한 일을 처리할 때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어지러우며 위와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는 심비(心脾)가 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묻고 싶다.
“대장아, 너는 왜 이렇게 예민한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