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병원장
올여름 대한민국의 날씨를 “건조한 무더위”라고 표현해야 맞을까? 8월이 지나 내일이면 곧 9월의 시작인데 아직도 후덥지근하다.
지난 달 건강칼럼에서 필자는 자율신경실조증에 대한 대강을 설명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칼럼이 게재하자마자 젊은 여자 환자분이 칼럼을 보고 병원에 내원하였다.
“교수님, 칼럼에 나온 증상이 제 증상과 동일합니다. 정신과에서는 신경성이라는데 저는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하면 호흡이 이상해집니다. 평상시 소화도 안되고 잠을 못자는 경우도 많아요. 사실 괜한 걱정도 많습니다. 별 문제가 아니라는데 저는 자꾸 신경이 써집니다. 그래서 더 힘들고 불편해요. 치료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인간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호흡과 순환, 체온과 소화, 생식과 분비, 대사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인체가 정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어떤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자율신경이다. 하지만 내 맘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가정과 사회생활에 있어 정신적, 물질적 부담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수면부족이나 불규칙적인 식사, 지난친 음주와 카페인, 운동 부족이 반복되면 될수록 우리 몸은 지나친 긴장모드, 즉 과긴장 상태를 만들게 된다. 자율신경의 균형이 나도 모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즈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율신경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는 것을 보면 한의학에서 말하는 음양(陰陽)이라는 개념이 먼저 떠오른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이나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자율신경이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항상성이라는 개념에 비추어보면 한의학에서 음양의 불균형은 곧 자율신경의 불균형과 많은 부분 일치하고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양의 성질은 진취적이고 동적(動的)이다. 낮의 모습이고 해의 모습이다. 외향적이고 강한 활동을 의미한다. 따뜻함이다. 몸을 긴장시키고 활동성이 항진된 상태가 바로 양의 모습이다. 자율신경에서의 교감신경에 해당된다.
음은 정적(靜的)이다. 내향적이고 안정의 상태이다. 밤의 모습이고 달의 모습이다. 시원함이다. 몸을 이완시키고 회복시키는 상태가 음의 모습이다. 자율신경에서의 부교감신경에 해당된다.
만약 인체에 양이 과하게 되면 열이 나고 안절부절 못하며 근육이 위약해지고, 음이 과하면 몸이 차고 무기력해지거나 경직과 통증이 발생한다. 양이 부족해지면 신진대사가 저하되어 몸이 차고 근골이 쇠약해지며, 음이 부족해지면 몸이 마르고 열이 오르며, 잠이 안오고 식은 땀을 흘리게 된다.
이 때 침과 뜸 뿐 아니라 쌍화탕(雙和湯), 음양쌍보탕(陰陽雙補湯), 자음강화탕(滋陰降火湯), 대보음환(大補陰丸), 익위승양탕(益胃升陽湯), 시호소간산(柴胡疎肝散) 등의 약물을 활용하게 된다. 특히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림과 불면, 불안과 초조, 꿈이 많고 정욕상실 등의 증상을 심신불교(心腎不交)증으로 규정하고 청심연자음(淸心蓮子飮)이나 산조인탕(酸棗仁湯) 등을 활용한다.
2500년 전 저술된 <황제내경>에서 황제가 기백이라는 스승에게 질문을 했던 것을 다시한번 기억해보자.
“스승님, 예전 사람들은 100세를 살아도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데, 요즘 사람들은 50세만 되어도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황제여, 옛날 사람들은 자연의 법도를 알아서 음양의 법칙, 즉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고, 음식을 섭취함에 절제함이 있으며, 기거(起居), 즉 생활습관이 규칙적이고, 무리하게 활동하지 않으며 몸과 마음을 제대로 잘 관리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일상이 불규칙적이고 술을 즐겨하며, 무리하게 활동하고 음주 후 관계로 정을 소모하고 진기를 소모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원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도한 활동이나 스트레스가 뇌와 자율신경계, 내분비계와 면역계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음주 또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음양의 규칙을 지키는 것이 자율신경의 균형을 이루는 비결이요,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자율신경을 위해 당신은 오늘도 노력하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