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병원장
뜨거운 열기가 전국을 휩쓸고 있는 요즘이다.
얼마전 20대 여성이 내원했다.
“교수님, 제 증상을 인터넷으로 조회하고 AI에 물어보니 자율신경실조증이랍니다. 양뱡병원에 벌써 1년 이상 다녔는데 회복이 잘 안됩니다. 한방에서는 어떻게 치료하는지 궁금합니다.”
생명활동의 기본이라 일컫는 호흡, 순환, 대사, 체온, 소화, 분비, 생식 등에서 자율신경의 역할은 지대하다. 생명활동이 잘 유지되는 것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표현하는데, 지구가 태양계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전하고 공전하며 돌아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아는 것처럼 자율신경은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율이란 의미가 여기에 있다. 내가 수시로 호흡하는 것도, 심장이 변화해 가면서 박동하는 것도, 식사를 한 후 위나 장의 소화기관을 움직이는 것도 모두 자율신경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어 지고, 각각 노르에피네프린과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교감신경은 한마디로 흥분신경이며, 긴장신경이고, 전쟁신경이다. 신체에 어떤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무엇인가 대응할 수 있도록 신체 전반의 기능상태를 바꾸는 것이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은 안정신경이며 평화신경이다. 휴식을 취하고 절약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갑자기 스트레스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어떠한가?
눈동자는 확대되고 침이 바짝 바짝 마르며, 심장은 벌렁거리고 소화가 안된다. 호흡도 빨라지고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난다. 주먹이 쥐어지고 근육은 이미 수축돼 외부 자극에 대응하려 한다. 이런 모든 일련의 과정이 교감신경흥분를 반영하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만약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몸은 과긴장 상태가 돼 탈진이 될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부교감신경이다. 긴장되었던 눈동자를 축소시키고 심장도 안정시키며, 소화기관이 활성화되고, 호흡도 편해지며, 땀도 거두고 근육을 이완시켜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만약 어떠한 원인으로 이러한 교감,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우리 몸은 시도 때도 없이 심장이 두근거리고, 어지러우며, 심하면 실신하게 되고, 갑작스런 과호흡 등 호흡곤란이 발생하게 된다. 소화 불량이 발생하는 것은 부지기수고, 변비나 설사 등 배변 양상이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며, 특별한 원인없이 구역질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도 모르게 심한 피로감을 느끼거나, 불면 등의 수면장애, 과도한 발한이나 무한증도 발생하며, 남자들의 발기부전이 야기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체온 조절 이상으로 덥고 춥기가 과하게 표현되고 이것이 수없이 반복되는 경우도 많다. 이것이 바로 자율신경실조증이다.
어떻게 보면 ‘신경성 질환’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표현을 하는 환자분도 있으니 괜히 신경정신과 즉 지금의 정신건강의학과를 전전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뇌신경도, 좌골신경도 아는데 자율신경은 어디에 있나요?”
당연한 질문이다. 중뇌와 연수, 척수 중간, 꼬리부분에서 나와 내장기관에 분포한다. 우리 몸 전체에 분포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도대체 이런 불균형은 어떤 연유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먼저는 당뇨병,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갑상선기능이상 등의 신경계나 내분비질환을 의심하게 된다. 또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감염성질환, 무엇보다도 급만성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알콜올 중독, 약물 부작용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부분 원발질환에 의한 부수적인 증상이기에 자율신경실조는 모든 질환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래서 이 질환은 대증치료가 보편적이지만, 일반적으로 기저 질환관리와 식사, 수면 등 규칙적인 생활습관, 독서, 음악감상, 명상, 요가, 심호흡 등을 통한 스트레스 조절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자율신경 조절이 잘 되는 건강한 사람, 2500년 전 기록된 <황제내경>에서 말하는 ‘음양화평지인(陰陽和平之人)’이 되기를 오늘도 간절히 소망해본다.
“여러분의 자율신경은 오늘도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