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병원장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우울한 감정이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이 분명 남자만의 감정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우울한 기분을 수시로 경험한다.
누구는 자신의 외모, 즉 키와 얼굴에 대한 신체적 콤플렉스로, 누구는 부동산, 주식실패 즉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또는 학업의 실패나 취업에 대한 어려움으로, 누구는 결혼문제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승진 좌절, 여성에게는 생리나 임신 혹은 출산으로,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상실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특히 젊은 나이에 예상치 못한 질병이 찾아 왔을 때의 우울감은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즐거운 일이 있을 때 즐겁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슬퍼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지만 상황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기분저하가 아니라면?
2024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울증 환자가 무려 110 만명 이란다.
우울증(혹은 우울장애, depressive disorder)의 사전적 의미는 우울감과 의욕 저하가 지속되어 일상 생활에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수면과 식욕, 집중력 변화와 무가치감, 자살 생각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우울해서 그냥 모든 것이 귀찮고 모든 것이 싫어지는 그 이상이라는 이야기다.
이 질환의 원인으로 보통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이 가장 흔한 것이지만 생물 화학적인 요인으로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GABA와 갑상선호르몬, 성장호르몬 등 호르몬의 이상이 생체 리듬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가족 중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우울증 발생률이 50%에 가깝다라는 놀라운 발표도 있다.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이 있는가? 일상 생활 중 일에 관심과 흥미가 감소되었는가? 식욕감소 또는 증가가 있는가? 불면 또는 과다 수면이 있는가? 머리로는 알면서 몸이 따라주지 않는 정신운동 지연 또는 정신운동 초조가 있는가? 피곤하거나 방전된 것 같은 에너지 감소를 느끼는가? 무가치감이나 부적절한 죄책감을 느끼는가? 집중력이 저하되고 우유부단한가? 반복적인 자살 생각을 하는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V)에는 위 증상 중 첫 번째 두 번째 증상 중 하나와 총 5개에서 이상소견이 있을 때 우울증이라고 진단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무튼 시간이 지나도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고 무기력이 가시지 않으며, 좋아하던 일조차 즐겁지 않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조차 힘들다면 단순한 기분 탓으로 넘겨서는 안된다. 전문적인 진료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은 의지의 나약함이 아니라 질환이기 때문이다.
우울증 치료는 항우울제가 대표적이다. 효과도 좋다. 심리요법이나 정신요법도 빼놓을 수 없다. 우울증을 유발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켜주기 때문이다. 기타 전기경련요법이나 TMS로 알려진 반복적경두개자기자극법을 추천하기도 한다.
2,500년전 기록된 한의학의 경전인 <황제내경>을 살펴보자.
「소문·음양응상대론」편에 “人有五藏化五氣(인유오장화오기), 以生喜怒悲憂恐(이생희노비우공)”이라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오장의 기운이 기쁨과 분노, 슬픔과 근심, 두려움 등의 정서적 반응과 관련된다는 의미이다. 감정은 마음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몸의 상태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통찰이다.
그 중 우울 증상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 중 하나는 氣鬱(기울)이다.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를 가리키며, 답답함과 잦은 한숨, 가슴의 불편감, 소화 장애, 의욕 저하 등이 동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를 소통시키는 심경, 심포경 위주의 침치료와 향부자, 목향, 침향 등의 行氣(행기-기를 소통시키는)약물 혹 사향 등의 開窺(개규-막힌 것을 뚫어내는)약물을 활용하거나 소요산, 귀비탕, 온담탕, 분심기음, 천왕보심단 등의 安神寜心(안신령심-마음을 편안하게하는)처방을 함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가벼운 산책, 적절한 운동, 주변 사람과의 대화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혹시 이것조차 할 수 없어 스스로 극복하지 못한다고 자책할 이유는 없다.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보자.
환자분들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얼마나 힘드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