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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건강칼럼] 가을 타는 남자들(남성 갱년기와 우울증)

등록2026-09-28 조회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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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중풍뇌신경센터 / 내과센터 김윤식 병원장

“와~ 가을이다.”


끝날 것 같지 않던 2026년 여름이었지만 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바람이 강하게 느껴지는 확연한 가을의 모습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쾌적한 날씨, 풍성한 음식으로 여유로움과 행복감이 가득하며, 여행이나 독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스산한 바람과 차가운 기온이 반복되면서 남자들 마음 한구석에는 허전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 “가을을 탄다”라고 말한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고,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친구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고향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몸과 마음의 불편에 대해 남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표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냥~”

“피곤해서 그래.”

“나이 들면 다 그렇지 뭐.”

이런 경우 한번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남성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생각의 내용, 사고 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 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대부분은 여성들에게만 나타난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남성의 경우도 상당하며, 자살률이 여성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을 타는 남자를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년 이후 남성 자살률이 증가하는 경향은 남성의 노화나 사회적 역할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어려움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

40~50대 남성의 경우이라면 직장과 가정에서 책임은 여전히 무겁지만 체력은 예전 같지 않다. 자녀는 성장하고 부모는 늙어간다. 직장에서는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 선배들의 압력에 지치게 된다. 어느 날 거울 속에서 희끗해진 머리카락을 발견하고, 예전과 달라진 자신의 몸을 느낀다.

60대의 경우라면 대부분 퇴직상태에 체력적인 고갈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님이 질병으로 돌아가시는 경우도 허다하여 정신적인 지주를 잃어버린 큰 상실감을 겪게 된다. 건강문제, 자녀들의 결혼문제, 거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해진다면 데미지는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가을이 남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가을은 모든 것이 성숙한 뒤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시간이기에 중년의 남자들에게 가을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시기라고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들의 호르몬 변화는 급격한 반면 남성들의 경우는 서서히 감소한다. 세로토닌도 동시에 감소하기에 남성들의 갱년기와 우울증은 다소 완만하고 증상이 경미하여 간과하기 십상이다.

증상의 양상도 슬픔이나 눈물보다는 짜증과 분노가 늘고, 의욕이 떨어지거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술을 자주 찾기도 하고, 예전에는 즐거웠던 일들이 귀찮아진다. 성욕이나 성기능의 변화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증상을 본인 스스로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2,500년 전 저술된 한의학의 경전인 『황제내경』의 제 1편 <상고천진론>속 남자의 생애주기를 설명하는 대목에 주목하게 된다.

“48세에는 상부의 양기(陽氣)가 쇠해져서 머리와 얼굴에 퇴행성 변화가 확연해지고, 머리가 반백이 된다. 56세에는 간기(肝氣)가 쇠해지고, 천계(天癸)가 다하면서 근력이 약해지고, 정력이 떨어져 신체가 쇠약해진다. 64세에는 신기(腎氣)가 쇠해 치아와 모발이 빠지게 된다.”

현대의학에서 중년 남성의 신체기능 저하와 피로, 수면장애, 성욕 감소, 기분 저하 등을 호르몬과 관련시켜 설명하는 것이나 한의학 고전에서 천계로 설명하는 부분이 일부 일맥상통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변화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이탓이라고 자신을 학대하거나 계절탓이라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울한 기분이나 의욕 저하가 상당기간 지속되고 수면과 식사에 변화가 생기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고한다.

약해진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새로운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하는 계절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더 건강하게 준비하는 계절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중년 남성들이여, 파이팅.”